이번엔 미트소스의 소고기 라비올리를 주메뉴로 한 MRE 씨레이션 메뉴 18번 리뷰이다. Beef, 소고기가 함유된 메뉴여서 일단 호감이었다. 고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메뉴이기에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먼저 열어서 안에 들어있는 내용을 하나하나 펼쳐 살펴보도록 하자.
주메뉴인 소고기 라비올리, 초콜릿 바닐라 향 머핀, 빵 한 조각, 레몬 라임 음료 파우더, 치즈 스프레드, 핫소스, 커피, 소금, 설탕 등이 있다. 핫소스는 TBASCO에서 새로운 회사의 제품으로 바뀐 것 같다. 매우 다양한 내용이어서 역시 개봉할 때마다 재미가 있다.
먼저 라비올리는 이탈리아 음식으로 소고기나 치즈가 안에 들어있는 네모난 형태의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원래는 이렇게 생겼다. 매우 맛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전쟁 중에 위와 같은 퀄리티 높은 음식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런 기대로 MRE를 먹는다면 역시 따라오는 것은 후회뿐이 없다.
음식을 섭취하기 전에 음료를 먼저 타놓기로 한다. 바로 타서 먹는 것보다 미리 타 놓으면 가루가 잘 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흔들어서 섞기 쉽게 500ml의 생수병에 탔다. 색은 매우 영롱한 녹색,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어 이질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매우 예쁘다. 탄산이 제거된 사이다의 맛과 향이 난다.
주메뉴인 라비올리를 데펴서 개봉했다. 향은 일반적인 파스타 가게에서 나는 듯한 잘 조리된 파스타의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모양은 밀봉된 용기에서 갓 나오다보니 조금 기이해보인다. 찌그러진 라비올리들을 보니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이 갑자기 생각난다. (배가 고프니 음식이 영웅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먹으니 너무 단조로운 맛이었다. 파스타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하지만 전투식량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핫소르를 모두 뿌리기로 결심했다.
핫소스는 Bulliard's 라는 이름의 제품이었다. 타바스코와 맛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핫소스를 뿌리고 먹으니 좀 더 맛있어졌다. 사실 이 미국의 핫소스(타바스코)는 모든 맛없는 음식에 뿌리면 먹을만해진다는 굉장한 강점이 있어서 마트에서 몇개 사둬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음식이 실패할 것 같으면 라면 스프를 뿌리듯, 나는 요리가 실패하거나 너무 맛이 단조로우면 이녀석을 뿌려준다.
다음으로는, 빵과 치즈 스프레드를 먹어봤다. 이 빵은 언제봐도 귀엽지만 언제나 맛이 없다. 치즈 스프레드를 얇게가 아닌 듬뿍 발라주어 한 층을 만들기로 했다. 즉, 치즈 패티를 만들어서 먹는 것이다. 딸기 잼과 갓 구워낸 소고기 패티, 야채들과 같은 다른 곁들일 게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쉬운대로 치즈패티를 올려 먹었다. 정말 입 안에 치즈가 가득 들어가 풍요로웠다. 다만 빵이 맛 없는 것은 여전하다.
주메뉴 섭취를 대충 마무리 짓고, 가장 기대를 크게 걸고 있는 초콜릿 바닐라 땅콩 머핀으로 넘어간다. 이건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그대로 카페나 케익 판매점에 납품에도 잘팔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고급 디저트를 전투식량을 통해 맛볼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행운이다.
입 안에 가득히 초콜릿 머핀을 머금고 있으면 이내 바닐라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베어 물어 씹기 시작하면, 틈틈이 박혀 있는 땅콩들이 씹혀 식감을 풍부하게 더해준다. 부드러운 머핀과 딱딱한 땅콩의 정반합 조화. 이를 즐기는 것은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터키 너겟. 칠면조 고기를 말려 땅콩처럼 조각내어 놓은 육포이다. 이 녀석 몇 조각만 먹어도 꽤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질감은 소고기 육포보다 조금 더 딱딱하다. 맛은 일반적인 소고기 육포에 비하면 다른 향과 맛을 가지고 있고, 조금더 짭짤하다.
MRE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18번 메뉴는 꽤 높은 평점을 받는다. 나 역시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주메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디저트인 초콜릿 바닐라 머핀과 칠면조 육포는 매우 강하고 좋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또 먹어보고 싶은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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